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 아니 사실상 대부분의 분들에게 있어서 컴퓨터 부품중에
키보드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당히 순위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매우
값싸고 쉽게 구할수 있는 부품인데다가 소모품적인 인식이 강하고 그렇다고 고장이
쉽게 자주나서 갈아치우기를 밥먹듯이 하는 부품도 아니니까요. 이는 입력장치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일반 사용자에 비해 강한 게이머들에게도 마찬가지라 마우스는 몇
dpi인지, 반응은 어떠한지, 움직임은 어떠하고 그립감은 어떠한지를 세세하게 따져보면서
구입하는 사람이 많지만 키보드에 대한 인식은 역시 많이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사람들중 한 사람이었던지라 [...] 사실 이번 지름은 매우 충동적인 계기로
인해서 지른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주변에 나가면 몇천원대로 쉽게 구할수 있는 키보드를
그 몇십배 이상 하는 가격을 주고 비싼 기계식 키보드를 지른다는건 솔직히 말해서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테고 저 역시 그러한 생각이 뚜렷했던지라.. 말 그대로 원초적인 지름신 강림이랄까[...]
▲ 그런 의미에서 아주 오랫만에 모셔보는 지름신님의 존안과 말씀.
처음에는 어떤 물건을 살까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있는거 대충 써왔던' 키보드에 대한 사상이
있었던지라 평가는 좋다 할지라도 몇십만원대를 넘어가는 그러한 키보드들을 단박에 지르기엔
힘들기에 [...] 일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기계식을 고르기는 고르되 가장 값싼 제품군을 고르자는
생각. 그리하여 다나와에서 나와 있는 기계식 키보드중에 가장 값싼 가격인 아론 기계식을 지..르려고 하였으나.
A/S 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는데다가 평도 악평이 많아서 보류 (...) 그래서 기왕이면 조금 투자하는김에
제대로 된걸 써보자 해서 가격대를 훨씬 높여서 나름대로 기계식 키보드쪽에서는 이름있는 축인 체리
키보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해서 3일간 그럭저럭 써보고 난 후 지금의 소감은?
........
4일 전
"키보드 변태 (여기서 표현하는 변태의 표현은 흔히 쓰이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몰두하는 것을 이르는 모처에서의 관용적 표현법) 들은 키보드를
만지면서 마치 음식만화에서나 나올듯한 의성어, 이를테면 쫄깃쫄깃 바삭바삭같은 단어를 키보드에
대입시켜서 미식가들이 음식을 먹듯 그 키감을 음미 (...) 한다는데 매우 두렵기 그지없다더군...."
지금
"........지금보니 근데 저 말이 납득이 되기 시작하고 있어....."
아니 진짜 새로운 경험을 한 듯한 느낌이랄까요. 처음 볼때는 길가에 채일법한 몇천원짜리 키보드만도
못한 수수한 외부 디자인에 약간 의아해하고 보통 키보드보다 배는 무거울법한 무게에 역시 놀랐습니다.
▲ 저 위의 체리 로고는 인쇄도 아니고 스티커로 붙인거라는데에서 또 놀랐음 [..........]
그리고 연결해서 키를 쳤을때... 뭐랄까. 그동안의 평범한 멤브레인식 키보드에서는 느껴보지 못할 독특한
키감이 첫 문장을 칠때부터 손을 자극하더군요. 그동안의 키보드를 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즐거움' 이란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면 뭐랄까, 이건 타이핑 자체가 재미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타닥타닥하는 타자음도
그렇거니와 키를 입력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는데에서 정말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신세계를 인지한듯한 기분. 이베리아 반도에서 탱고를 추는 여인네를 보는듯한 기분같은건
아닐지라도 [...] 하여간 '키 입력 자체' 가 즐겁게 느껴지는건 처음 십몇년전, 컴퓨터를 만지면서 키보드
독수리타자로 꾹꾹 눌러가며 컴퓨터 화면에서 거기에 대한 피드백으로 글자가 입력되는걸 신기하게 바라봤을때의
그런 느낌이랄지. 손가락으로 키를 눌렀을때의 그 타격(...) 의 감촉이 손가락 피부를 타고 올라가서 말초신경을
통해 중추신경에 엔돌핀을 분비하는듯 합니다. (표현 한번 저질스럽다...) 뭐 이렇게 오버를 떨 정도로
타자를 친다는 행위 자체가 재밌게 느껴지는건 참 독특한 경험이라는 이야기에요. 솔직히 말해서 저를 포함해서
다른 많은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도, 타자를 친다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그 타자를 쳐서 게임이던 채팅이던간에
키보드를 통해 지시를 내리고 그 지시사항이 컴퓨터상에 전달되었을때 그 반응이 피드백되는걸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거라 생각하지 손가락을 움직여 타자를 치는 그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건 의아한거 아닌가요?
근데 그 행위 자체가 재밌게 느껴지니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그러면서 왜 지금까지 이런 세계를 몰라왔을까
하는 후회감도 들고 [...] 바보같았다는 생각도 들구요.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들에 비하면 어이없을정도로
비싼 가격을 가졌지만 직접 손대고 보니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비싸기만 한게 아니고.
게임등을 플레이할때는.. 솔직히 '게임만에' 특화된듯한 기계식의 장점은 느끼지 못하겠으나 (게다가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일단 동시 입력이 무난하게 잘 처리된다는거 하나 만으로 대만족. 키 3개만 입력하면 씹히고
기술도 제대로 안나가고 하는 사태가 개선되었다는데서 큰 의의를 둡니다. 타닥타닥하는게 재밌기도 하고 [..]
하도 장점만 열거한듯 싶어서 단점 또한 늘어놔봅니다.
1. 부담되는 가격인지라 감히 함부로 다룰수가 없다.
키스킨같은건 상상도 할수 없는지라 (키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있지도 않다.) 그냥 놓고 써야하는데..
따라서 커피라던지 녹차등을 옆에 가져다두기가 두려워졌다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이거
또한 즐거움의 하나에 속하는지라... 물론 배째고 그냥 즐기면 되긴 하는데 만약에 엎었을때의
참사를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막 굴려도 되던 몇천원짜리 키보드에 비해 많이 부담스럽긴 하네요.
2. 다른 일반 키보드를 쓰는게 괴롭고 힘들어진다.
▲ 마치 이런 기분.
타자를 치는 행위가 신나는 행위라는걸 인지하는 세계에 들어왔다가 다른 곳에 이동해서,
이를테면 일터같은데서 다시 평범한 키보드를 치려고 하니 정말.. "모르는게 약" 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괴롭습니다. 지금까지 몰랐었는데 이렇게 보통 키보드들이 손가락에 저항감을 가져다줄지는
상상도 못했네요 [...] 접할수 있었던 신세계중에는 타자 치는거 자체가 재밌다 이외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라는것도 적어야할지도요. 사실 그냥 칠때는 재밌었는데 막상 다른 키보드를 이렇게
접하고 나니 손가락에 걸리는 이 저항감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이거 중독증상인가 [...]
3.
다른 고급 기계식 키보드들을 써보고 싶어졌다.
...oh my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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