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OM : Enemy Unknown (2012) - 오래전의 엑스컴의 껍질을 뒤집어 쓴 무언가. Sailing day (게임:일반)







오래전에 마이크로프로즈에서 나온 X-COM 이란 작품은 당시 기준으로서 나에게 매우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던 작품이었다. 게임의 내용과 궤를 180도 달리하는 막나가는 오프닝의 충격은 그렇다 쳐도
그야말로 지구 방위의 최전선에 선 사령관이 되어서 거의 모든것을 통제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 주었기 때문.
특히나 당시 게임인지 의심갈 정도로 하나같이 치밀하고 하드한 작품의 시뮬레이션적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12년, 시드마이어와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피락시스에서 내놓은 XCOM : Enemy Unknown.
후속작이 아니라 무려 원작의 그 부제까지 그대로 달고 나온 엑스컴 시리즈의 리메이크작이란 소리를 듣자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에 들게 되었다. 그래도 문명의 제작사니 잘 하겠지 같은 생각도 있었지만 종종 공개되는 영상이나 정보등을 보면서
개인적인 걱정은 슬슬 마음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마침내 데모가 공개되면서 나온 여러가지 정보들은 그 걱정을 확정시키고
발매 이후 직접 게임을 잡고 클리어까지 도달하면서 나의 이러한 '사전 걱정' 은 대부분 들어맞았다고 해도 지금와선 이상하진 않다.

- 깔끔한 솜씨의 외과의가 절개해버린듯한 모양새의 전략 파트

원작 엑스컴에서 플레이어는 지구본 하나를 띄워두고 거기서 외계인의 모든 동향을 감시할 수 있었으며 여러가지 전략의
구상을 가능하게 하였다. 플레이어는 그 지구본과 기지 화면을 왔다갔다 하면서 생존과 승리를 위한 모든것을 짜내야
했다. 어느 위치에서 어느 새 기지를 건설할 것인가,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얼만큼 고용해서 무슨 연구트리를 타게 할
것이며 어떤 장비를 제조해서 대원들에게 쓰게 만들고 시장에 내다 팔 것인가, 적 UFO 가 상공에 떴는데 요격 작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외계인에게 내 기지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 것인가, 저쪽 기지에 물자가 부족하니
물자 수송을 지시해야겠다 등등... 넓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외계인 UFO와 벌이는 세세한 공중전 부분같은데서까지
플레이어는 개입하여 여러가지의 선택을 내릴수 있었으며 이러한 전략부분은 분명 원작의 재미의 요인중 하나였다.

그럼 이번 엑스컴에서의 전략 파트 부분은 어떨까? 일단 보자면 이전에 가지고 있는 요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지건설도 되고 대원들 고용도 되고, 연구나 개발도 가능하고... 그러나 게임을 시작하고 조금만 손대보면
이러한 모양새들은 모두 이전 엑스컴에 있던 요소들을 '껍질' 만 둘러 씌운 모양새일뿐, 실상 사령관으로서 플레이어가
거의 개입할 수 없는 상황임을 떠올리게 만들고 전체적으로 볼때 거의 경악스럽게도 플레이어는 전략 파트 (...라고 부르겠다,
일단은) 에서 할 수 있는게 거의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여러개 세울수 있는 기지는 단 한개만 지을수 있으며 과학자나
엔지니어 고용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보상' 개념으로서 차츰 증가하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던지 연구와 개발부문에
있어서는 그 종류와 가짓수가 지나치게 적고 단순함에 놀라게 되고 이러한 걱정은 무기 개발에 들어가면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던지..

이러한 당혹스러움은 공중전 부문에 있어서 극대화된다. 이번 엑스컴에서는 공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는건 일종의 캐쉬템 개념의 템을 위급할때마다 뿅뿅 써주는 것 뿐.... -_- 원작에서 'VERY LARGE' 급 UFO 가 등장했을때
공포와 흥분에 떨면서 연약한 초기 기체인 인터셉터를 활용해서 다량의 기지에서 다량의 인터셉터를 출격시키면서 차륜전을
시킨다던지, 적 UFO 의 꼬리를 밟게 해서 적의 기지를 탐색하게 한다던지같은 다양한 선택의 요소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그냥 비행기 띄울래 말래? 캐쉬템 쓸래 말래? 로 간략화된 선택만이 남아있을 뿐... 전략파트 전반적으로 왠지 원작에
있을건 다 갖추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무언가가 들어있음을 알게 되고 플레이어는 결국 할 수 있는게
상황실에 틀여박혀서 시간이나 돌려서 '아 무슨 일 일어나지 않을까' 로 귀결되는건 확실히 원작과는 다른 모습이라 할수 있으랴.

아마도 '라이트' 함을 추구하는 시대의 대세와 콘솔과 병행해서 나오는 게임의 특성상 이러한 전략파트의 절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연구와 개발, 그리고 전략부분에 있어서 주었던 재미가 상당했던 원작을 떠올려본다면
아무래도 나같은 사람에게 이 변화는 실망스러움을 주기 충분했을 뿐이겠지. 상황실에서 사건 터지기만을 턱괴고 지켜보는
사령관보다는 이런 저런 작전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운영을 생각해보는 사령관이 떠올려보기에도 모양새가 더 좋잖아?


-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겨?



메타스코어등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는걸 봐도 알 수 있지만 어쨌던 작품의 재미면에서 따지자면야 이번 엑스컴은
분명 '재미있다' 라고 말할수 있는 작품임이 분명한 건 사실. 전략파트를 싸그리 날려버린 모양새이지만 그 재미는
전술 전투 부문에서 확실하게 느낄수 있다. 비록 이 전술부분도 이전 원작과 비교하면 심하게 간략화된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적으로 몰입감이 대단하고 플레이어의 시간을 이전 엑스컴이나 문명 시리즈처럼 야금야금
빨아먹으니까. 하지만 역시 원작의 그거랑 대강 비슷해 보일 뿐,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전술 부문
파트는 역시 나를 아쉽게 만든다. 전체적인 행동력 (TU) 를 완전히 삭제해버리고 체스와 같은 철저한 게임적
룰에 입각해서 돌아가게 만든 전술 부분 파트는 이전 엑스컴의 전술 부분에서 느꼈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이질감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주유소에서 주유기 근처에 있는 외계인에게 사격을 가한다 생각해보자. 원작에서는
굳이 외계인을 향해 총알을 쏘지 않더라도 주유기를 향해 사격함으로서 주유소가 대폭발하고 그 외계인을 폭발로
말려들여 죽인다 같은 선택이 가능하였다. 혹은 그 외계인을 향해 총을 쏘았는데 외계인에게 맞지 않고 빗나가고
그 빗나간 탄환이 주유기에 맞아서 역시 대폭발 발생 -> 외계인 처리와 같은 드라마틱한 요소도 발생하기도 하였고...

이번 엑스컴은 그게 불가능하다. 사격은 오로지 '맞느냐? 안맞느냐' 를 확률적으로 처리할 뿐. 다른 외부환경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주변 환경의 사물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격을 할 수 없으며 오로지 외계인에게만
사격을 가할 수 있다. (로켓같은 예외가 있긴 하다). 통로 안 한명이 지나갈법한 공간 안에서 적이 줄지어 있는데
거길 향해서 사격한다고 생각해보자. 원작이라면 연사로 드르륵 긁었을때 앞의 외계인을 죽이고 드르륵 긁은 나머지
탄이 그 뒤에 줄서있는 다른 외계인을 죽이는 경우가 충분히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번 작의 사격은 그저 사격시
그 대상에 대한 HIT/MISS만 판별할분 주위 환경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맞췄느냐? 뎀은 수치상 몇이다. 이게 다일뿐...

세세한 부분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원작 엑스컴과 이번 리메이크 엑스컴의 전투의 재미의 근원은 거의 근본적으로 다르다.
원작은 '미지의 영역에서 오는 공포' 가 주요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대원을 움직여서 수송선에서 내렸는데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서 플라즈마 라이플의 탄환이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온다. 엑스컴 원작은 이러한 미지의 영역을 향해 대원들을
전진시키며 그러한 미지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며 미션을 수행하는게 주요한 재미였다. 원작의 잘 훈련된 대원이라 할지라도
외게인의 극초반 무기인 플라즈마건에 잘못 맞았을 시 운이 없으면 즉사한다는걸 생각해 볼 때 이러한 긴장감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반면에 이번 엑스컴에서는 미지의 영역에서 오는 공포와 같은 요소는 사라졌다. 플레이어가 적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날아오는 총알같은 요소는 더 이상 구경할수 없다. 플레이어는 적을 처음 발견하게 되면 헐리우드식
(게임 분위기에 꽤나 어울리는) 외계인 분대의 등장 컷씬을 구경하게 되고 그들과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엄폐물을 둘러싸고 일부 대원을 빼서 측면 공격을 지시한다던가 적의 엄폐를 벗긴다던가 스나이퍼를
이용하여 정밀 사격으로 뒤에 숨은 적을 처리하게 시킨다던가 하는... 상당히 잘 '짜여진' 분대 전술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재미를 느낄수 있긴 하지만 이러한 감각은 역시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럴거면 굳이 적이
외계인일 필요가 있어? 같은 느낌...? 굳이 따지자면 이러한 분대 전투 전술은 <엑스컴> 이라기보다는 <재기드 얼라이언스>
라던가 <사일런트 스톰> 에 더 어울리는 분위기랄지, 미지에서 오는 공포야말로 외계인이 주는 선물이 아니겠느냐 하는 이야기다.


- 엑스컴으로서 추억을 느끼게 만드는데 실패한 '무언가'

이러니 저러니 불평만 해대는거 같지만 어쨌던 이번 엑스컴은 나쁜 게임은 아니다. 재밌다. 솔직하게 빠져들만큼 재밌는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에 가지는 불만이라면 과거의 그것을 기대하게 만들었음에도 그 추억팔이에 완전히 실패한
작품이 나왔다는데 있다. 일단 제목부터가 어마어마하게 당돌하다. 다른 제목도 아니고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

무려 원작의 부제까지 그대로 써먹고 있는 당돌함을 피락시스는 선택한 것이다. 왠지 어른의 사정으로 'X-COM' 이 아닌
XCOM 이 된듯 해 보이지만.... 잘 와닿지 않는 사람에게 비유해보자면 SNK 가 새로 격투게임을 내었는데 그 격투게임의
제목이 'Street Fighter 2 - The World Warrior -' 인 느낌이랄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도 역시
이 작품의 제목에 이런 모양새를 취했으니 나올수 있달까, 이게 제목이 "XCOM : Enemy Unknown" 이 아니라
"시드마이어의 외계인 2020" 이라거나 "오빠와 내가 사는 지구에 외계인이 너무 많이 들어와 수라장☆", 혹은
"엑스컴 ~ 2012 골드 에디션 ~" 따위의 제목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불만도 안 나왔을거란 이야기라는것.

추억팔이 할 듯이 보였으면서 (이 추억팔이란 용어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가치중립적인 의미) 정작 추억팔이에는 실패한,
더 나아가서는 엑스컴이 되길 기대했지만 결과물이 '엑스컴의 껍질을 뒤집어 쓴 피락시스만의 무언가' 가 되버린 모양새랄지,
재밌긴 하지만 이전의 감동시킬 무언가는 나오지 않으니 나 자신으로서는 안타까움만 가득히 남는다. 이러한 안타까움의 기저에는
분명 예전 밤새면서 플레이했던 여러 작품들이 더 이상 추억의 영역에 존재할뿐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에 있어선 단절된
상태로 남아있기만 할 뿐, 더 이상 그거로선 성공하기 힘든 시대다! 느껴진달지, 이번 엑스컴 비롯하여 과거작품의
리메이크 (혹은 후속작) 게임 전반에서 보이는 경향인지라 역시 안타깝고 쓸쓸한 감정이 새삼 되살아난다.


덧글

  • 병장A 2012/10/19 19:39 #

    재미는 있지만 뭔가 부족한 게임이라는게 주변의 반응이더군요.
    하여튼 차기작을 기대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 ColoR 2012/10/19 19:51 #

    차기작보다는 왠지 DLC의 폭풍이 우려되는건 저만의 걱정이 아니리라 믿습니다. (...)
  • LOLGAY 2012/10/19 19:53 #

    X-com1화 시켜주는 DLC...
  • ColoR 2012/11/03 17:17 #

    벌써부터 사람들이 모드로 X-COM 1 화 비스무리하게 시도는 하더군요.
  • 북두의사나이 2012/10/19 20:07 #

    이게 다 원작의 OP를 재현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응?)
  • ColoR 2012/11/03 17:17 #

    이번작 컷씬은 대부분 시시하긴 했습니다. 원작의 오프닝이 너무 강렬한거긴 하지만...
  • 지나가는 저격수 2012/10/19 20:20 #

    확실이 옛날 엑스컴은 무언가가...
  • ColoR 2012/11/03 17:17 #

    추억보정같은게 아니라 진짜로 깊이로 따지면 옛날 엑스컴 1이 훨씬 나은 느낌이에요.
  • 소시민A군 2012/10/19 20:22 #

    스파2 부제까지 쓰시는 깨알같음에 감탄했습니다.
  • ColoR 2012/11/03 17:18 #

    이번 엑스컴도 부제가 똑같았기에 (...) 고증을 위해서..
  • 지벨룽겐 2012/10/19 23:16 #

    뭐 X-COM1의 방식대로 나오기엔 시대가 원하는 게임상하고 틀리니까요, 개인적으론 간략화된 UI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ColoR 2012/11/03 17:19 #

    지나치게 간략화되서 제 입장에서는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클래식 유저를 좀 더 배려해줬으면 하는 느낌이랄지;
  • 엘레나시아 2012/10/20 00:17 #

    시대가 변했고, 변한 시대에 따라 신규 유저의 유입을 유도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무 원작대로 갔으면 그건 또 묘하게 슬펐을 지도 몰라요ㅠ
  • ColoR 2012/11/03 17:20 #

    하긴 원작 그대로 유지한채 그래픽만 업그레이드된듯한 버젼의 엑스컴은 이번 이전에도 종종 나오긴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로는 그쪽이 더 재밌었달지 원작의 파워가 느껴진달지 (...)
  • 이젤론 2012/10/20 00:18 #

    하지만 뉴비에게는 적당할지도 모르지요. ; )
  • ColoR 2012/11/03 17:20 #

    확실히 신규 유저에게는 이쪽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John명이 2012/10/20 09:53 # 삭제

    저는 게임성이 변하고 이런건 다 괜찮았지만 UFO피디아가 없는게 정말 아쉬웠네요.
    그리고 DLC가 TFTD 같은게 나온다면 대환영 하지만 확장팩으로 나오겠죠?
  • ColoR 2012/11/03 17:21 #

    DLC가 이미 한개 나오긴 했는데 제가 원하던 방향성과 전혀 동떨어진 방향의 DLC가.. 피락시스는 뭘 생각하는건지 -_-;
  • 운몽 2013/01/01 08:05 # 삭제

    나이가 서른이 훌쩍넘어버린 엑스컴 매니아(?)로서 앤딩을 보면서...... 재미는있는데 먼가 이건 아니자나 하는 저의 심정을 잘 적어주셧군요 ㅠ ㅠ
    리메이크로 너무 싹둑해버린.. 플레이타임도 짧은편. 익숙해 질만하니까 끝나버리는...
  • 사이도니안 2013/08/10 17:13 # 삭제

    XCOM 한계점
    1. 사이도니아 착륙 미션이 없다

    2. xcom 기지방어 미션이 없어졋다

    3. 부대원의 오발로 인한 사망이 사라졋다

    사이도니아 확팩이 나와야합니다~~^^
  • 사이도니안 2013/08/10 17:22 # 삭제

    첨엔 FPS게임으로 출시하려고 했었다는데 그게 아닌게 어딘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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