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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언제나와 같이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순간 지금껏 보지 못한 물건 하나가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랬습니다.
.....대체 이런걸 누가 우리 가족중에 나 빼고 사올 사람이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서 이 정체 불명의 먹거리에 대해 잠시나마 심각한 고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생긴것으로 보아서 수입품인데 센스로 보나 뭘로 보나 한국 사람의 입맛에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이는듯한 그런 음식임에 분명하며 원 재료는 오렌지라고 주장하긴 하나 물 건너오면서 탱자인지 오렌지인지 그쪽이 알 바는 아닌것임에, 대체적으로 이런 종류의 음식에 심각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본인에게 더욱 더 의심이 깊어지게 하였고,
결정적으로
음식 이름이 Gi Gi
....몇년 새에 생긴 신조어인 'gg (= 본래는 게임등을 하면서 good game 을 하자는 뜻으로 게임 시작 전, 혹은 게임 끝난 후에 예의상 붙이는 인삿말이었으나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게임 끝, 종언을 고하는 말로 의미가 변하였음)' 를 연상시키는 저 Gi Gi 란 타이틀은 저거 먹으면 그날 하루의 컨디션은 gg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모호한 연관성을 낳게 하였으니...
어쨌던 손대면 좋지 않다! 라는 포스를 풍기는 그런 수상한 음식이었습니다. 어떤 음식인지 궁금해서 한번 살펴보기나 해보자 하고 포장을 뜯었습니다.
....으음....
....수상한 침전물....
위에 흐릿하게 가리고 있는 비닐 껍데기를 뜯어보았습니다.
이딴거, 먹을까보냐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서 심각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본인이고, 생김새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실만 좋으면 된다는 실리주의적인 저로서도 저건 뭔가 용납하기 힘들었습니다. ...뭐랄까, 마치 슬라임 내부를 보는듯한 (...)
미련없이 다시 껍데기를 슬쩍 닫아버리고, 원 위치로 가져다놓고 다른 희생자를 (....) 기다리게 하려고 할 찰나, 가슴속에서 호기심이란 놈이 펌프질을 하느니 - 지금껏 체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동경심이랄까요.
...결국 약 1분에 걸친 고민끝에 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채 다시 그 음식을 향해 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
우리의 거의 모든 삶이 어리석은 호기심에 낭비되고 있다. - 보들레르
# by ColoR | 2004/07/04 04:11 | Bench & Coffee (음식) | 트랙백(15) | 핑백(1) | 덧글(71)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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